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성북동 방향으로 800m쯤 올라간 주택가. 작은 세차장과 점포 몇 개가 섞인 단독주택가 골목에 ‘유영공간’이라 쓴 작은 입간판이 서 있다. 승용차 한 대 간신히 지나갈 좁은 길의 출입문 벽에 붙은 ‘김유진 개인전’이라는 포스터와 이 입간판만 아니면 그곳이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라는 사실을 알아보기 힘든 장소다.지난 6월 2일 ‘물꼬가 트이는 때’라는 제목의 회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이 갤러리에서는 젊은 여성 2명이 작은 소리로 뭔가를 속삭이며 작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전시공간 66㎡(20평
신용관 오늘은 프랑스 영화 <카페 벨에포크>(La belle epoque, 감독 니콜라스 베도스, 2019)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배종옥 프랑스 영화는 오랜만에 다루는 데요. 저로선 별다른 기대 없이 극장에 들어섰다가 아주 만족스럽게 영화관 문을 나선 그런 영화입니다. 신용관 제목 ‘벨에포크’는 ‘좋은 시절’이라 불리던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반의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표현입니다. 당시는 에펠탑이 세워지고 만국박람회가 열렸으며, 르누아르, 모네, 로댕, 모파상, 에밀 졸라 등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이 활약하던 시기입니
신용관 오늘은 2차 대전 말기 독일을 배경으로 한 ‘조조 래빗’(Jojo Rabbit·감독 타이카 와이티티·2019)을 다루고자 합니다.배종옥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풍자적 요소와 코미디 색채가 가미되어 영화는 밝고 경쾌합니다.신용관 지난 2월 제92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편집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각색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배종옥 나치를 다루는 방식도 진화하는 것 같아요. 전에는 ‘소피의 선택’(감독 앨런 J. 파큘라·1982)이나 ‘쉰들러 리스트’(감독 스티븐 스필버그·1993)처럼 무겁고 진지하게 그리
신용관 오늘은 지난 2월에 개봉한 이후 꾸준히 관객이 들고 있는 ‘작은 아씨들’(Little Women·감독 그레타 거윅·2019)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배종옥 그나저나 코로나19 때문에 경제 전반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어서 걱정입니다.신용관 CGV를 비롯한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영업점을 일부 폐쇄하고 상영 횟수를 줄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요.배종옥 제가 지난해에 배우 신혜선씨와 함께 ‘결백’(감독 박상현)이란 영화를 찍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요.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지만….신용관 사태가
신용관 오늘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 영화 ‘돈 워리’(‘Don’t Worry, He Won’t Get Far on Foot’·감독 구스 반 산트·2018)를 다뤄보겠습니다.‘배트맨’ 시리즈의 고섬시티 악당 조커를 주연으로 내세운 화제작 ‘조커’(‘Joker’·감독 토드 필립스·2019)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그 배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가 바로 ‘돈 워리’의 주연입니다. 배종옥 그 배우가 내 또래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세상에,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 1974년생이더군요.(웃음) 이 영
신용관 오늘은 영국 영화 ‘칠드런 액트’(The Children Act·감독 리처드 이어·2018)를 다뤄볼까 합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 엠마 톰슨이 가정법원 판사 역할을 맡은 영화입니다.배종옥 원작이 있습니다.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언 매큐언(Ian McEwan·71)의 작품이지요. 그의 소설은 이미 몇 편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어톤먼트’(2007), 시얼샤 로넌 주연의 ‘체실 비치에서’(2017)가 대표적입니다.신용관 원작자 이언 매큐언이 ‘칠드런 액트’의 각본도 직접 맡았습니다.
신용관 | 오늘은 코미디가 가미된 드라마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감독 오기가미 나오코·2006)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오랜만에 다루는 일본 영화입니다.배종옥 | 제목이 식당이기도 하고 음식 만드는 장면이 잦습니다. 덕분에 제27회 하와이국제영화제에서 ‘음식영화’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요.신용관 | 공간적 배경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입니다. 일본어 ‘카모메(かもめ)’가 ‘갈매기’를 뜻하는데, 바다에 면한 헬싱키에 갈매기가 많아 식당 이름으로 삼았지요.배종옥 | 그 식당은 일본인 여성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가 운영하는
신용관 | 오늘은 소리 없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버나움’(Capernaum·감독 나딘 라바키·2018)을 다뤄 보겠습니다.배종옥 | 레바논·프랑스 합작영화로, 우리 코너에 레바논 영화는 처음 등장합니다.신용관 | 감독 나딘 라바키(Nadine Labaki·45)는 레바논에 있는 대학 영화과 출신인데, 졸업 작품으로 1998년 파리의 IMA가 개최한 ‘아랍 영화 비엔날레’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요.배종옥 | 영화과 졸업 작품이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정도면 감독으로서의 자질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은 셈이네요.신용관
신용관 | 오늘은 영화 매니아 사이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로마’(Roma·감독 알폰소 쿠아론·2018)를 다뤄볼까 합니다. 이 영화는 오는 2월 24일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10개 부문 후보로 오르며 주목받는 작품입니다.배종옥 | 오랜만에 만나는 멕시코 영화네요. 게다가 흑백이고요. 감독 이름이 낯설지 않은데요.신 | 알폰소 쿠아론은 샌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의 호연이 빛났던 ‘그래비티’(2013)를 만든 감독입니다. 일찍이 ‘이 투 마마’(2001)로 멕시코 영화계의 저력을 보여준 뒤 ‘해
신용관 | 오늘은 지난 10월에 국내 재개봉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감독 웨스 앤더슨·2014)을 다루고자 합니다.배종옥 | 4년 만에 다시 영화를 보면서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작품의 다른 면모들을 알게 됐어요. 역시 수작(秀作)은 거듭 보아도 흥미가 줄어들지 않는 듯합니다.신 | 하긴 웨스 앤더슨은 전작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2012)을 비롯해 워낙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한 미학을 추구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니까요.배 | 하지만 영화 속에 다양한
지난 8월 말 베트남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호찌민시. 중심상업지구(CBD)에 위치한 부동산 투자회사 CBRE 베트남 사무실에서는 도시 곳곳에 신축 중인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모형을 앞에 두고 설명회가 한창이었다.CBRE는 전 세계 450개 지점에 8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회사이다. 베트남엔 15년 전에 진출했으며 호찌민과 하노이, 다낭 등 3곳에 사무실을 갖고 있다.설명회 장소에는 베트남 현지인들은 물론 중국인과 한국인들이 뒤섞여 있었다. 서울 강남에 산다는 40대 사업가는 “이곳 부동산이 투자가치가
신용관 | 오늘은 오랜만에 만나는 프랑스 코미디 ‘세라비, 이것이 인생!’(Le sens de la fete/ C’est la vie!·2017)을 다루고자 합니다. 올리비에르 나카체와 에릭 토레다노, 두 명의 감독이 공동 연출한 영화입니다.배종옥 | 우리나라에서 ‘언터처블: 1%의 우정’(2011)을 흥행시킨 바 있는 감독들입니다. ‘웰컴, 삼바’(2014)에 이어 4년 만에 한국 관객에게 신작을 소개하게 됐네요.신용관 | ‘세라비’는 개봉한 지 2개월 됐는데, 안타깝게도 누적관객수가 2만3000여명에 그쳤습니다. ‘언터처블: 1
신용관 | 오늘은 ‘숨어 있는 진주’를 찾아보는 의미에서 ‘버드맨’(Birdman·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2014)을 다루고자 합니다. 멕시코 출신인 감독은 우리가 이 코너 첫 회에 등장시켰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The Revenant·2015)의 연출자이기도 합니다.배종옥 | 오, 그렇군요. 문제작으로 ‘21 그램’(21 Grams· 2003)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열연한 ‘바벨’(Babel·2006)도 만들었고요.신용관 | TV 영화를 제작하다가 2000년에 처음 극장용 영화 ‘아
신용관 | 오늘은 개봉영화 ‘몬태나’(Hostiles·감독 스콧 쿠퍼)를 갖고 얘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오랜만에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만나게 됐네요.배종옥 | 개인적으로 주드 로, 니콜 키드먼 주연의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감독 앤서니 밍겔라, 2003)을 그 방면 최고의 영화로 여겨왔습니다. 이번에 그에 못지않은 작품을 발견하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신용관 | 저는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에서 명장 론 하워드 감독의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1992)를 베스트로 꼽
본인 칼 마르크스(1818~1883)가 프리드리히 엥겔스라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 덕분에 ‘공산당 선언’(Manifest der Kommunistischen Partei·1848)을 어렵사리 펴냈을 때 세상은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출간 직후 프랑스 역사, 나아가 인류사에 길이 남을 ‘2월 혁명’이 발생할 수 있었으니까.돌이켜보면 두 살 아래 엥겔스를 영국 런던에서 조우하면서 내 인생은 결정적 전환점을 맞았던 듯하다. 칸트 철학을 신봉하는 변호사 아버지 밑에서 휴머니즘과 계몽주의 사상을 전수받았고, 대식구의 나날을 책임졌
신용관 | 오늘은 신작 영화가 아닌 이미 개봉됐던 영화를 다루고자 합니다. 이 코너의 ‘문패’가 ‘배종옥, 영화와 놀다’에서 ‘배종옥의 숨은 영화 찾기’로 바뀐 이유와도 관련이 있습니다.배종옥 | 관객들에게 진작 소개됐던 영화 가운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 가능한 ‘수준급’ 영화를 다뤄 보고자 하는 거지요.신용관 | 그 첫 번째 대상으로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ive·감독 데이비드 린치·2001)를 선택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10월 재개봉되기도 했던 작품입니다.배종옥 | 신 위
신용관 | 오늘은 일본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ナミヤ雑貨店の奇蹟·감독 히로키 류이치)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두꺼운 독자층을 갖고 있는 작가이지요.배종옥 | ‘용의자 X의 헌신’을 비롯해 유난히 작품의 영화화가 많이 된 소설가입니다. ‘백야행’과 ‘방황하는 칼날’은 국내에서 제작되기도 했지요. 저는 ‘백야행’을 일본에서 만든 미니시리즈로 봤는데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어요.신용관 | 그래서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개봉 전부터 이런저런 기대가 높았습니
시간과 돈을 들여 극장을 찾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모든 관객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영화가 재미있기를 기대한다는 점이다. 로맨스, 코믹, 스릴러, 호러, 전쟁, 어드벤처 등을 통틀어 가장 흥미진진한 장르는 아마도 첩보영화(spy film)일 것이다. 정보원(secret agent)의 첩보 활동을 주 내용으로 하는 스파이영화는 정치 상황과 세계정세를 화면에 담는다는 점에서 다른 장르와 확연히 구별된다.알프레드 히치콕의 ‘39계단’(The 39 Steps·1935)과 ‘사보타주’(Sabotage·1936)로부터 본격적으로 시
셰익스피어를 전공한 노(老)교수의 집념이 한국 번역 출판계의 기념비적인 저작물을 낳았다. 이상섭(79) 연세대 명예교수가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영국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는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을 꼬박 10년에 걸쳐 번역한 ‘셰익스피어 전집’(문학과지성사)을 최근 펴낸 것이다.보통 책 2배 크기인 국배판에 1808쪽에 이르는 이 책에는 △사극 ‘헨리 5세’ ‘헨리 6세’ 등 10작품 △비극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등 10작품 △희극 ‘말괄량이 길들이기’ ‘한여름 밤의 꿈’ 등 10작품 △로맨스극
2016년 주요 50개국 스마트폰 보급률은 70%에 육박하고,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1%에 달한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손안의 요술상자가 콘텐츠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활자들의 집’인 책도 마찬가지. 수천, 수만 권의 장서를 담을 수 있는 스마트폰은 서점시장을 대대적으로 재편 중이다. 대형 서점은 아예 사라져 버리거나 용도 변경을 시도하면서 살길을 모색하고, 대신 뚜렷한 개성을 내세운 독립 서점들이 늘고 있다. 세계 1위의 출판시장인 미국 서점시장의 추이를 통해 2016년 서점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강남 한복판에 생긴 ‘